일한지 2주차 된 소감
일한지 2주차 된 소감..
매니저로부터 솔선수범을 보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잘 못한다고 생각할 때면 위축되기도 하였으며 처음 겪는 환경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우왕좌왕하며 그래서 멍해져서 얼어붙을때가 있었다. 그 모습을 매니저가 교실에 방문하여 보았다. 또한 매니저는 내가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북을 읽어줄 때 그냥 매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북을 들며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며 책을 읽게끔 하도록 하라고 했다.
이런 피드백들은 나의 수습기간인 3개월 동안에 문서화되고 내가 서명을 하게끔 되어 있다.
이곳에서 나는 학교 입학 직전 만 3~5세의 아동 반에서 일하고 있다.. 기껏해봤자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만나본(담임은 한번도 해보지 않기도 함) 나는 이번에 일하면서 그 연령대 아이들의 특성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주로 고학년을 맡고 (고학년을 선호하기도 했고) 1학년 교사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들이 많이 노력하여 아이들을 사람 만들어서 올려보내는줄 알았다. 하지만 보육교사,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사람 만든 후 올려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3~5세 아이들은 기저귀를 갈아줄 필요가 없고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잘 표현하는 반면 아직 규칙이 숙지가 안 되고 말을 안 듣는다. 아마 초등학교로 가면 점차 규칙을 배울 것이다. 말은 많아지는 반면 규칙은 미숙하다. 그리고 싸우는 것이 일상이다. 내가 장난감 먼저 가졌는데 쟤가 가져갔다면서 이르기도 하고 "Teacher, ○○ is not nice." 라면서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친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울기도 다반사다. 옆반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없어졌다면서 우는 아이도 있다. 내가 있는 반에도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서 울고, 졸업행사를 위해 연습하자는 선생님의 말에 울며 I want mommy. 라고 30분 넘게 우는 아이가 있다. 결국에는 학부모가 와서 아이를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주말에 길거리에서 초등학생들이 노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직업병인지 기가 빨렸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초등학생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신경쓰지 않았던 유아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트에서 유아차에 타고 있는 아이들, 공원에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놀아주는 부모님들이 이제는 눈에 띄게 되었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도 예전보다는 유아들을 더 유심히 살펴볼 것 같다. 평일에도 아빠들이 많이 놀아주는 것을 보니 저녁시간이 보장된 캐나다의 근무환경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내가 있는 반에도 만 3~5세 아이들이 많다. 2020년생이 많은데 내가 태국에서 했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이를 가졌다면 내 애가 지금쯤 이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감정 이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를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저녁 즈음에 데리러 왔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무튼 내가 아이를 혹시나 가졌다면 애가 이러했겠지 하는 감정이입은 조금 들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