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2주 지난 다음의 소감
캐나다에 온지 이제 17일차가 된다.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여러 가지 뉴스를 많이 보았다.
캐나다는 망하고 있다. 이민자들 때문에 캐나다는 망할 것이다 라는 것이다.
이제 캐나다는 중국인이 아닌 인도인들이 이민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내가 일시적으로 사는 버너비 지역의 아파트도 대부분이 이민자 계층이다.
버너비 메트로폴리스 쇼핑몰을 가면 대다수 사람들이 이민자들이고 백인은 간간히 보인다.
그 이민자 중의 70, 80퍼센트는 인도계 사람들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것이 내가 캐나다를 사는데 중요한 것인가 물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민자들이 많은 것이 나에게는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나는 현재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중요할 뿐, 그 공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기도 한것 같다.
작년에 미국 서부를 혼자 렌터카를 빌려 여행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17 Miles drive라는 곳을 가 보았다.
해안가의 압도적인 풍경에 감명을 받아 눈물이 나왔다.
그 때 나는 북미의 큰 장점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라는 것이며 그것이 그 나라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 여행을 가서 내가 겪었던 감동의 크기가 중요했을 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라틴계인지, 백인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곳에 누가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내가 그 곳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그것이 나 자신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7년 전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갔을 때 공항에서부터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공항에서 아이슬란드 유심 칩을 샀는데 거기 있는 백인 여성 직원이 유심 칩을 카운터에 패대기 치면서 주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아이슬란드에 온 것은 유심칩을 패대기 치는 여자를 보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오로라는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무척 고요한 설국이었고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나는 사람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러 간 것이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나는 캐나다에서의 경험이 중요할 뿐이었다. 내가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무척 독립적인 성향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지낸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사람들은 다 비슷한것 같다.
얼마 전에 버스를 탔는데 인도인인지 파키스탄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중일 외모를 구별하기 어렵듯이 나도 인접 나라의 사람들은 구별하기 어렵다.) 젊은 여성이 한 중국계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려고 한 것을 보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정중하게 사양은 했으나, 우리나라의 노약자를 공경하는 문화가 다른 나라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에는 인도인들이 많으며, 이 근처에는 캐나다 대학을 다니는 인도인들도 많다. 터번을 쓴 인도계 젊은이들이 지하철에서 떠드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뭔가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면 혼자서는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 그 사람들도 혼자서 다닐 때면 조용히 다닌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사람이 뭉쳐있으면 목소리가 커지듯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민자가 많은 밴쿠버가 마음에 든다. 밴쿠버에는 이민자가 많고 Service Canada와 같은 공공기관에도 인도계, 슬라브계 등 다양한 직원들이 많다. 그들은 모두 영어를 쓰지만, 가끔은 내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다. 물론 내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영어에도 인도식 영어, 러시아식 영어, 중동식 영어 등 참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영어에 조금 서툴더라도 나도 같은 이민자 범주에서 받아들여지고 내가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참 좋다. 한 인종만 있는 외진 시골 마을에서 혼자서만 이민자로 지내는 것보다는 배타성이 덜 할것이고 그것이 큰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
하지만 조금 걱정되는 상황도 있다.
만약 내가 20대 인도계 여성 아르바이트 생들이 가득찬 팀 홀튼에서 일하게 된다면 과연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적의 차이도 있고 세대 차이도 있어서 나는 분명 겉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애초에 고용주가 나를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용주도 인도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국인 이민자가 캐나다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내가 이 동네에서 몇 주 지내본 체감상 인도계 이민자들은 70퍼센트, 중국계가 20퍼센트, 그 다음이 나머지 나라인 것 같다. 한국인들도 밴쿠버에 많이 살고 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캐나다 중 BC주에 가장 많이 살고 있으며 또 그들 중 대부분이 광역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인도인이나 중국인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어딘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치 한국인들은 점 조직과도 같다. 자신만의 일을 하면서 밴쿠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나도 밴쿠버에서 일하는 한국인들 덕분에 편리한 점이 많았다. 한인마트에서 한국 음식을 살 수도 있었으며 아시아 마트에서도 한국 음식들을 살 수 있었다. 한국어로 운영하는 응급처치 수업을 듣기도 하였으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있는 은행에서 계좌와 신용카드를 만들기도 하였다. 비싸기는 하지만 가끔 한식당에서 국물 있는 찌개를 먹기도 한다. 한국 직원이 운영하는 통신사 매장에 가서 유심 번호이동을 신속하게 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인종 문제가 아니라 월급에 비해 무척 비싼 물가와 렌트비일 것이다.
그 렌트비나 집값도 부동산 쇼핑을 하는 어떤 나라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서 이민자들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한참 아파트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공급이 많아지면 집값이 떨어질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주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밴쿠버도 대도시이며 결국에는 똑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작년에 LA에서 며칠 운전을 한 적이 있다. LA도 생각외로 운전이 거칠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대도시에 몰리고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 속에 분노가 가득 찰 수밖에 없다.
서울, 인천에서 운전을 했을 때도 사람들은 서로 분노가 많았고 고백하자면 나도 그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을 때가 정말 많았다. 이곳에서도 별것도 아닌 것으로 서로 거칠게 빵빵댈 때가 많은 것을 보니 여기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마카오에 갔을 때도 그러한 풍경을 보았다. 마카오는 정말로 작은 도시이고 차도가 좁아서 빵빵대는 일이 많다. 어떤 운전자가 평안한 무표정으로 시내 한복판에서 무척 세게 경적을 울려대는 것을 보았다.
퇴근 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삶에 찌들고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이 가득하다. 나도 그들 중 한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나 대도시와 수도는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사람들이 찌들어 있고 지방으로 갈 수록 사람들이 친절하고 여유가 있다는 것은 똑같다.
아무튼 나에게는 캐나다에 누가 사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이 곳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