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첫 느낌은 회색빛이 가득하다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대학생이 되는 나는 포부라던가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아예 없었다. 예쁘게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도, 이성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다.
여중과 여고를 나온 나한테 있어서 OT에서 본 과의 키 큰 남자들은 정말 낯설기만 한 존재였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나는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고 남한테 정말 무관심하였으며 심지어는 나 자신한테도 무관심할 때가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머리를 할까 이런 생각은 아주 조금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고등학생 때 맸던 백팩(브랜드도 아니고 그야말로 진짜 고등학생 티가 나는 백팩)을 그대로 메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로 가기 하루 전,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어 대학생으로서 들고 다닐 가방을 사러 원대 앞 번화가로 갔다.
나는 정말 고심하여 가방을 골랐다. 가게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들고 다닐 예쁘고 반짝반짝한 소재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들과 나 자체한테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고등학생과는 구별되면서도 수수한, 나한테 어울리는 가방을 찾느라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내가 마음에 드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가방을 찾았으며 그것이 위에 나와 있는 2만원짜리 가방이다.
이렇게 나의 대학생활은 시작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어설픈 시절이었다.
난 그 후로도 내 디카로 찍은 이 가방을 수십, 수백번 다시 보았고 그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 가방이 있어야 할 곳은 이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었어야 했는데.."
어설픈 나의 포부가 시작했어야 할 방향은 그 기숙사가 아니라 다른 곳이어야 했다.
그들이 원하는 장소가 아니라 내가 원하던 장소여야 했다. 비록 어색한 첫 출발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찍은 이 사진은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다.
그래도 과거의 나를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내가 그 때 했던 활동들, 소중한 사람들, 고마운 사람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과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 가방을 놓아줄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가방을 기억하고 후회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바뀐 이름으로 살고 있으나 내가 예전에 그 이름이었다는건 변함없는 사실이며 그것은 바뀔 수 없다. 나의 어설픈 시절과 서툰 모습 그 외의 모습까지 모두 다 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