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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었던 곳

생각 / 2025. 4. 9. 10:05

작년에 기간제 했던 학교에서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교실을 나오기 직전에 사진을 찍어보았다.

 

선생님들도 다 퇴근하고 아이들도 없는 시간의 학교는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어찌 되었든, 나의 정체성 중의 상당 부분이 교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말이다.

나의 지금부터 40대까지 약 10 몇 년간의 시간을 더 거친다면 그때는 나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저녁 시간까지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과 과학 선생님과 작별을 하며 학교를 나왔다.

저녁이라는 시간은 묘하다. 모든 것을 포근히 감싸 앉는 시간이다.

밤이 있으면 다시 낮이 있듯이 고요했던 학교도 다음 날 아침이면 학생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이때가 10월 말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날씨가 딱 선선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이 순간의 기억이 참 포근하다.

 

내가 있었던 마지막 학교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계약이 끝난 다음날 다시 학교에 와서 사진을 찍었다.

 

땅은 단단히 얼어붙었다. 하지만 계속하여 단단할 것만 같은 이 땅도 시간이 지나면 녹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고 나서 3개월이 지났다. 

지금 내가 있는 지역은 겨울에는 -20, -30도 되는 지역이지만 4월이 된 오늘 밖을 나가니 덥기까지 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학교 운동장도 녹지 않았을까 싶다.

 

자연에서 두렵지만 가장 경이로운 점은,

내 인생이 어떻게 되든, 내가 망하든 

꽃은 피어나고 낙엽은 지고 자연은 순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게 나의 마음을 어쩌면 편안하게 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갈 것이라고 몇 달 전에 생각했다.

그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의 길이 속에서 잠시 멈추어 과거를 떠올려보았다.

작년 한 해와 작년의 그 차가운 겨울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2024년의 나의 모습을 말이다.

 

Posted by 세루리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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