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넷째날] 고난의 얼음동굴 투어
아이슬란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투어 중 하나인 얼음동굴 투어.
무척 비싼 투어지만 아이슬란드에 온 이상
아름답고 푸른 얼음 동굴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은 관광객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투어에 참여한다.
얼음 동굴 투어 업체는 여러 곳이 있다.
검색 결과 Local Guide of Vatnajökull 이라는 업체가 괜찮아보여서
이 곳을 선택했다.
무려 여행 네달전에 예약을 했다.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면 금세 부킹이 꽉 차서
어쩔 수 없이 예약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매우 비싼 프라이빗 투어(100만원이 넘는..) 밖에 할 수 없어서
여행을 결정한 이후로는 예약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블루라군도 마찬가지이다. 예약을 미리 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행 몇주 전에 예약하려 해도
이미 꽉 차서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약을 하고 나서 이메일로 받은 청구서이다.
두 사람분의 투어 비용은 39800 크로나, 우리나라 돈으로 40만원이 넘는다.
헐....
무려 3시간 투어에 40만원이라니.
그래도 퀄리티 있는 투어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기다리던 얼음 동굴 투어 날이 다가왔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이후로 투어 날짜가 점점 다가왔으나
매우 험상궃은 날씨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이슬란드 카페의 단톡방에서도 얼음 동굴 취소되었다는 메세지가 얼마나 많이 뜨던지,,
나의 투어도 취소되었나 걱정되었다.
혹여나 얼음 동굴 투어가 취소되었을까 해서
메일함을 열심히 들락거렸으나,
투어가 취소되었다는 업체로부터의 메일은 오지 않았다.
(투어 전날이나 당일날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은 필수이다.
투어 업체가 고객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취소될 경우나 변경될 경우 메일로 통보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호텔로부터 단 3km 떨어진 거리에
내가 예약한 업체인 Local Guide of Vatnajökull이 위치하고 있었다.
좀더 여유있는 오후 일정을 위해 오전 9시 45분의 투어를 신청했다.
하지만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해가 매우 늦게 떴다.
9시쯤 투어 업체에 도착했더니 매우 깜깜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서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취소가 되었다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그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냥 진행되는 것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하나둘씩 사람들이 도착했는데,
나와 남편 빼고는 전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었다.
9시 45분이 되자 바퀴가 매우 큰 지프차에 올라탔고
30분 정도 포장 도로를 달리고 나서 지프차는 비포장도로 들어섰다.
일반 이륜구동, 아니 사륜구동차도 달릴 엄두를 낼 수 없는 길을
겨우겨우 들어가고 난 후 차는 멈추었다.
헬멧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부츠에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아이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이젠을 빌려준다.
나는 개인 아이젠을 가져와서 내 것을 착용했다.
그리고 허벅지 사이에 끼우는 벨트도 착용해야 한다.
얼음 동굴 내려갈 때 안전 고리와 연결하기 위해서다.
롱패딩을 입고 오지 않길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 롱패딩을 입고 왔다면 정말 불편했을 것이다.
만약 얼음 동굴 투어를 한다면 롱패딩 보다는 무릎 위까지 오는 패딩을 입는 것이 좋다.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웬걸... 바람이 사정없이 불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내린 곳 바로 앞이 얼음동굴의 위치가 아니었다.
내린 다음 500m 가량을 더 걸어야 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별로 힘들어보이지 않으나,
바람이 매우 세차게 불었다.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고 갈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은 꺼낼 엄두도 못 냈다. 혹시나 바람에 날아갈까 두려워서이다.
빙하가 녹은 곳에 작은 강이 형성되었다.
방수 부츠는 필수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며 길을 걸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빙하 앞에 멈추어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멀리 보이는 바트나요쿨 빙하가 만들어내는 장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다들 탄성을 질렀다.
바트나요쿨 빙하를 트래킹하는 투어도 있는데
얼음 동굴 투어가 트래킹 투어를 살짝 맛보게 해준 듯하다.
얼음 동굴로 들어가는 곳이다.
매우 가파른 자연에 로프 지지대와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동굴에 설치된 밧줄에 고리를 걸고 조심스레 좁은 계단을 내려갔다.
얼음 동굴은 상당히 협소했다.
여행 전에는 사진으로 보이는 푸르고 신비한 빙하에 매료되었지만,
결국은 상당수가 사.진.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슬프게도, DSLR 화면이 작동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빙하를 걷는 동안에
카메라가 화산재 바람과 비바람에 노출되었기 떄문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얼음 동굴을 찍기 위해 삼각대도 가져왔는데
난 결국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삼각대 설치하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관광객들은 좋은 명당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고장난 나머지 흥이 깨진 나는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핸드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신비로운 푸른 빛을 띈 사진이었다.
관광객들도 얼음 천장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얼음 동굴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45분 정도였다.
시간이 훅 지나갔다.
얼음 동굴 밖으로 나가는 길은 정말 최악이었다.
마치 폭포처럼 빙하 녹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투어 가이드 분이 큰 천으로 가림에도 불구하고
한쪽 팔이 홀딱 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패딩 한쪽이 완전히 젖어버렸고,
방수 부츠 발 한쪽 안에도 물이 들어가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다시 언덕을 올라가 차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험난했다.
딱딱한 모래, 자갈 밭이 많았지만
어떤 땅은 매우 유동성 있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다.
진흙 언덕에 발이 푹푹 빠져 진흙이 발목 위까지 올라왔다.
목이 긴 방수부츠는 필수였다.
언덕을 올라갈 때 마치 작은 산사태처럼
진흙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그럴 때면 마치 용암을 피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단하고 좁은 바위 땅 위에 올라가
진흙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아이젠 하나를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아이젠이 신발 크기보다 조금 작아 계속 벗겨지긴 했었다.
남편과 나는 이 모든 과정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느 곳에서도 겪을 수 없는 진정한 아웃도어 탐험이었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투어 카페로 향했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3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갈 때조차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열고 닫는 차 문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닫히지 않았다.
결국에는 투어 가이드가 밧줄을 이용해 단단히 차 문을 고정하고 나서야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 달리는 30분 동안 밧줄에 고정되어 있는 문이 걱정되었다.
특히나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더 걱정했을 것이다.
총 투어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차를 타고 걸어서 얼음동굴까지 가는데 1시간이 넘고
얼음 동굴은 45분쯤 관광했다.
다시 투어 카페에 돌아와서 젖은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벌써 1시 50분이 넘어갔다.
이번 투어에서 제일 안 좋았던 점은
얼음 동굴에서 나올 때 물을 뒤집어 썼던 것이었다.
그 바람에 오후에 요쿨살론으로 바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숙소로 바로 가서 씻어야 했다. 하루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아이슬란드 얼음 동굴 투어 업체는 여러 곳이 있고,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는 자신들이 개척해낸 동굴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다른 투어 업체들의 동굴들도 내가 갔던 업체처럼
동굴 입구에 폭포와 같은 물이 떨어지는지는 모르겠다.
가격이 매우 비싼 투어(1인당 20만원)였지만,
아이슬란드에 온 이상 안 가보면 아쉬울 것 같아서 해 보았다.
이제 한번 경험했으니, 다음 번에 아이슬란드에 오게 되면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얼음 동굴 가는 길 자체가 험난한 이상,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하신 분들은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씨에 투어를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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